청년이봄 6월의 선정도서
<피프티피플, 정세랑>
창비, 2016
■ 책소개
우리를 닮은 50명의 주인공이 들려주는 삶의 슬픔과 감동!
정세랑의 장편소설 『피프티 피플』. 2016년 1월부터 5월까지 창비 블로그에서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또는 단단하게 연결된 50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50개의 장으로 구성된 소설 속에서 병원 안팎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처한 곤경과 갑작스럽게 겪게 되는 사고들, 그들이 안고 있는 고민들이 흥미진진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의사와 환자로, 환자의 가족으로, 가족의 친구로 긴밀하고 짜임새 있기도 하지만 전혀 관계가 없는 50명의 인물들이 서로를 마주치는 순간의 경이로움을 그려냈다. 꼼꼼한 취재와 자문을 통해 의사와 간호사뿐 아니라 보안요원, 이송기사, 임상시험 책임자, 공중보건의 등의 사연과 함께 응급실, 정신과, 외과 등으로 찾아드는 환자들의 사연까지 더해 입체적이고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이 가진 고민은 현재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안과 멀지 않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의 사연, 성소수자의 사연, 층간소음 문제, 낙태와 피임에 대한 인식, 씽크홀 추락사고, 대형 화물차 사고 위험 등 2016년의 한국 사회를 생생하게 담아냈고, 특유의 섬세함과 다정함으로 50명의 주인공들의 손을 하나하나 맞잡아주며 그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며 우리 사회가 같이 이겨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 책소개 출처 : 교보문고
■ 독서모임 4회기 일정 : 06월 08일(화) 밤 7시~9시
→ 1기 마지막 회차입니다 :)
■ 모임 완료후 추가적으로 내용이 봄이야기를 통해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 독서모임 참가자들은 회기 참여전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 감상, 발췌(페이지 기재), 발제문 등을 아래의 댓글을 통해서
자유롭게 올려주세요. (모임에서 다루고 싶은 모-든 내용)
■ 독서모임 참가자가 아니더라도, 해당 도서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감상평을 남기고 싶은 봄블리 분들도 모두 환영합니다!
(독서모임에서 선정된 도서는 청년이봄 메인센터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서가에 비치해두었으니 자유롭게 오셔서 열람가능합니다 ^.^)
(+추가)
6월 댓글 당첨자
Lia님, qp님
선정된 두분께는 청년이봄에서 아메리카노를 쏩니다!
(6월 초 발송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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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4)
qp (2021.05.31)
책을 읽으면서 임대열의 이야기가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소위 말하는 '꼰대'들은 왜 저럴까 생각만 했는데 간접적이나마 꼰대의 입장에서 쓰인 이야기를 보니 새로웠어요. 동시에 누구나 사정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세상 두려울것 없어보이는 악질적인 꼰대폭력남도 다른 한편으로는 쓸쓸한 기러기아빠라는 게 참 사람은 입체적이구나 싶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한 장에서는 저마다의 사정을 가진 주인공들이 다른 장에서는 스쳐지나가는 인물로 그려지는 게 인상깊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소설 특히 한국소설은 읽은 지 정말 오래되었는데 이번 기회에 영화를 보는 듯한 창작소설의 재미를 느꼈습니다.
Lia (2021.06.08)
최근 문학읽기를 소홀히하고 있었는데 피프티피플을 읽으면서 왜 문학을 읽어야하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책으로 엮으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하면서 읽었어요
피프티 피플 – 정세랑 [인상깊은 구절 발췌]
한승조 – 83p
나는 탈퇴하는 아이돌들 이해가 가. 같은 회사를 7년, 8년 다니면 그만둘 수도 있는 거지, 욕할 문제가 아닌 거 같아.
김혁현 – 99p
‘”정말요?”
오늘은 정말요,인가. 하루에 단어 하나밖에 쓰지 못하는 건가.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잖아. 당신한테 반하는 바람에 이 병원에 남았다고, 당신 수술을 보는 게 가장 즐겁다고, 결혼하자고, 나는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한다고, 경력 단절 같은 거 절대 경험하지 않도록 육아든 뭐든 의학적 재능이 덜한 내가 하겠다고, 당신을 서포트하기 위해 내가 태어난 거나 다름없다고, 그렇게 몇 년이나 몇 년이나 생각해왔다고, 아니 아니,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고, 그건 내 망상일 뿐이라고, 당신의 그 기적 같은 손가락을 한번만 살짝 잡아볼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배윤나 110 - 111p
필요해. 같은 사람들이 많을수록 다른 사람들이 필요해. 나팔수가 필요해. 눈 돌리지 않는 사람이 필요해. 눈 돌리지 않는 것, 그걸 하기 위해 선택하 거잖아. 윤나는 일어났따. 막 구급차에 실리는 규익에게 다가가 말했다.
“너는 달라, 너는 필요해.” 규익의 눈에 의아함이, 그리고 곧바로 이해의 기미가 스쳐지나갔다. 윤나의 착각일지 몰라도, 엉망으로 말했어도, 분명 전하고 싶었던 것이 전해졌을 때의 눈빛이었다.
문영린 123p
어째서 고르는 족족, 혹은 영린에게 먼저 다가오는 족족 좋은 사람이 아니었을까. 영린은 스스로의 형편없음이 다른 사람의 형편없음을 끌어당기기도 하고 증폭시키기도 한다는 걸 깨달았다. 짧거나 긴 연애가 끝날 때마다 생활이 무너졌다.
~
“신발이 많네.” – “나 아는 누나는 도구를 직접 갈던데. 그렇게 어렵지 않다더라”
엄마 생일선물을 사려고 백화점에 갔을 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 남자친구가 또 은근한 편견을 담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어머님 항상 이 브랜드 쓰시니?”
“아니, 그냥 이것저것 섞어서 …..”
내가 왜 엄마 대신 변명해야 하지? 엄마는 자기가 벌어서 자기가 좋은 거 쓰는 건데 왜? 영린은 약간 언짢아졌다.
김의진 141p
“나중에 하나도 기억 못하겠지? 니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의진은 저도 모르게 그런 말을 했다. 우리가, 한사람 한사람이 기억하지 못하는 사랑의 기간들이 얼마나 길까.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더니 눈물이 조금 고였다. 의진답지 않았다. 민희가 보지 못하게 등을 돌렸다.
김인지 오수지 박현지 190p
“어떤 사람이었어요?”
“좋은 사람, 늘 제정신인 사람.”
“그건 너무 단순한 설명인데요.”
“그런데 잘 없어요. 사회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사람에 대한 기준을 각자 세우게 되잖아요? 제 기준은 단순해요.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 정신줄을 잘 붙잡느냐 확 놓아버리느냐. 상대방을 고려않고 감정을 폭주시키는 걸 너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선하면서 스스로를 다잡는 사람, 드물고 귀해요.” 특히 욕망과 몸의 문제에 있어서,라고 수지는 속으로 덧붙였다.
양혜련 – 248p
선미를 할 이야기를 다 했다고 판단한 듯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점에 또다시 호감이 갔다.
호감. 가벼운 호감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일들이 시작되는지. 좋아해서 지키고 싶었던 거리감을 한꺼번에 무너뜨리고 나서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겼는데, 어쩌면 더 좋은 기회가 온 것인지도 몰랐다.
이설아 – 261p
“~여자들은 이기적이어서 전체 그름을 못 본단 말이야. 너희는 나가서 그러지 말라는 얘기야.”
~“그게 우리가 이기적이어서야? 선배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또 너냐, 내가 뭐 틀린 말 했다고 그래?”
“여자는 똑 같은 전문직이어도 가사와 육아를 떠맡잖아요. 그래도 계속 일하고 싶으니까 파트타임이어도 하고 돈 조금 줘도 하는 거지. 그게 선배가 평소에 그렇게 좋아하는 시장의 형성이잖아. 마음에 안 들면 여자도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좀 만들어봐요.”
“흥, 페미니스트 납셨네.”
“페미니스트를 욕으로 쓰는 것도 교양이 부족하다는 증거예요.”
“뭐라고? ~ 그래, 그 말 취소할게. 너 같은 특권층 엘리트가 무슨 페미니스트냐?” 근용이 반격했다.
“그치, 나 혜택받은 엘리트지. 인정해요. 근데 줄곧 차별 안 받고 커서 차별을 보면 차별인 줄 더 민감하게 알아요. 그래서 내가 가진 자원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건데, 그게 뭐?”
이수경 – 311p
(임신중절 수술 후)
“보통은 이런 경우 헤어지나? 천천히? 빨리?”
“그런 통계 같은 건 없을 것 같은데. 커플이 중절수술을 했습니다. 그다음은? 헤어졌나요, 백년해로했나요? 그런 걸 누가 물어보겠어. 그보다는 이다음에도 확실한 피임에 대해 합의를 하지 못한다면, 그 관계는 좀 가망이 없는 관계가 아닐까, 그 정도만 생각해.”
glory (2021.06.08)
다만 인물 호불호가 강한 타입이라 취향(?)의 사람이야기는 너무 짧게 끝나서 아쉬웠습니다.
다수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서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매료되는 인물들이 있어 신기했습니다. 다만 이런점에 있어서도 좀더 구체적인 서술을 듣고 싶은데 (많은 등장인물이 주인공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한명의 인물에 몰입이 어려워서 다 읽고 난후에 줄거리, 요약을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 한승조
"나약해, 나약해. 내가 널 얼마나 크게 키우려고 했는데. 내 발자국만 밞으면서 따라오면 될 것을."
그말에 폭팔해 버렸던 것이다.
"저는요, 당신같이 늙지 않을 거예요. 그게 제일 겁나요."
* 강한영
어쩌면 한정은 언젠가 한영을 죽일 지도 모른다. 그러면 모두 말하겠지. 그런 일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모르긴 뭘 몰라. 다들 알고 있었으면서 아무도 한영을 보호해 주지 않았다.
한영은 자신이 ‘그렇게’ 산다는 것을 친구들한테 들키기 싫었다. 정상적으로 보이고 싶었다. 정상의 감각이라는 것이 한영에게 끝없이 모자랐지만 가까스로 정상처럼 보이도록 유지할수 있었다.
: 정상가족’이라는 것에 얽매이고 그렇게 보이도록 꾸미고 애써서 가정했었는데 이젠 뭐랄까.. 어린애가 그렇게까지 해야했나 싶으면서도, 그렇게 안하면 내 세계가 깨질 것 같았기 때문
* 김인지 오수지 박현지
“좋은 사람, 늘 제정신은 사람.”
“그건 너무 단순한 설명인데요.”
“~(중략) 상대방을 고려않고 감정을 폭주시키는걸 너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선하면서 스스로를 다잡는 사람, 드물고 귀해요.
* 공운영
“아니, 정말로 잘하는 게 뭐냐고? 어떻게 잘하는게 그렇게 하나도 없어?”
“뭐라고?”
“맨날 집구석에나 처박혀 있고. 옛날 여자처럼.”
“없어? 내가 잘하는게 없어?”
*소현재
“원래 그런데가 어디있어요? 사람이 죽어나가는게 당연한 직업 같은 건 없어야 해요. 조선소에서 일하려면 죽을 각오를 해야하나요? 공장이든 병원이든 모조리 다 사람을 갈아넣고 있어요.”
“그겁니다. 여전히 훌륭한 학생이근요. 물론 자꾸 잊을 겁니다. 가끔 미친자가 나타나 그 돌을 반대 방향으로 던지기도 하겠죠.(중략) 그리고 그 돌을 떨어진 풀숨을 소 선생 다음 사람이 뒤져 다시 던질 겁니다. 소선생이 던질 수 없던 거리까지.”
어차피 우리는 다 징검다리 일뿐이에요. 그러니까 하는 데까지만 하면 돼요. 후회없이.
hiyanss (2021.06.08)
귀기울여 공감하여 바라볼 수 있는 인물이 여럿 있었다. 닮고 싶은 사람, 안타까운 사람, 공감되는 사람, 함께하고픈 사람.
줄곧 상투적으로 '주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라고 말한다든지,
'방금 지나간 저 사람에게도 모종의 서사와 감정이 있겠지, NPC가 아니야'라고 스스로 상기시키지만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정보는 겉으로 보이는 것밖에 알 수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의 구질구질한 사연만이 유의미한 것이었기에 실질적으로 다른 이들의 상황은 보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고백희'의 이야기 전까지는 이 사람들이 대충 어떤 하나의 세계관에서, 언젠가는 연결되었을 시간대에 만났을 사람들이구나. 싶었는데, 셋 이상의 인물들이 같은 공간에서 불길을 마주한 것을 알게 되었고, 비로소 모든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알든 모르든 간에 '옥상'에 모이게 되었을 때- 그제서야 삼백 여 페이지 동안 작가가 이야기하던 것들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작가가 부르는 정서에 공감이 안 되는 부분들이 있다거나, 특정 부분들에 있어서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많이 개입되어 몰입이 방해되기도 했다.